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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나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서 환경문제가 심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다면, 시장 혹은 기술이 환경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기술/시장 지상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의 원인을 전적으로 시장이나 과학기술에 돌리는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오히려 이들은 이 문제를 적절한 시장의 부재에서 찾는다. 자연자원을 이용함에 있어 엄밀하게 시장 논리를 적용하게 되며 더 효율적인 개발은 물론, 자원소비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도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 개발이라는 것은 인류생존에 불가피한 요소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효율적인 시장의 부재와 기술의 오용에 있음을 기술이나 시장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주의자들은 기술/시장 지상주의가 시장이나 과학기술의 선기능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시켜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자원고갈 문제만 보더라도 자연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단순한 원리조차 무시한 채, 경제적 부에만 치중한 나머지 발생한 결과라고 반박한다. 그들은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으로 구성되고, 기술이 선용된다고 하더라도 자원의 한계나 지구의 환경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으며,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고도성장을 추구하고자 하는 입장은 애당초 불가능한 이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자원을 절약할 수 있게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소요되는 자원, 시행착오로 인한 복구 자원,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유발되는 환경오염 역시 그에 못지않다고 비판한다. 결국 경제나 기술의 발전이 1인당 소비 자원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지구 전체의 인구를 증가시켜 자원 소모/환경오염은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시한다.
생태주의자들 역시 기술/시장 지상주의를 비판한다. 그들은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술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그동안 생산되었던 구식의 장비들이 폐기처분되면서 환경오염/자원낭비를 더욱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환경보호와 자원 절약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나 시장의 확대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사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연구는 그 규모상 현실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기술/지상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연 이용에 있어 시장의 논리를 적용하자는 주장은 애초부터 실현불가능한 아전인수식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생태주의자들은 환경주의자들에 대해서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또한 비판한다. 환경주의자들은 현재의 시장중심주의나 기술지상주의 같은 것에 대해서 비판만 반복하고 있을 뿐, 그들의 논리를 따르자면 인류는 근대의 산물을 모두 버리고 과거로 회귀해야 하는 것인가 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주의자들은 현 상태에 대한 타개책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대안 모델을 제시한다. 생태주의자들이 보기에 지구는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즉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지구 전체적으로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환경오염의 정도를 가늠하고 그를 바탕으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을 따져서 인류의 발전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생태주의자들은 아주 완만한 성장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